한국치매협회장인 우종인(禹鍾仁·54)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이다. 최근 회원들과 함께 ‘치매, 희망을 이야기합시다’를 엮어냈기 때문이다. 협회를 세운지 8년만의 결과물이다. 올해 안에 2~3권의 책을 더 낼 계획이다. “치매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치매 관련 책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아무 데서나 베끼고 쉽게 낼 수도 있지만, 한국 치매 환자들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했습니다.” ‘치매’에 매달린지 20년이 넘는 우 회장의 조심스런 말이었다.

치매. 우 회장이 서울대 의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번도 놓지 않았던 과제였다. 의사였던 어머니 최덕경 전 고려대 교수로부터 인체에 대한 호기심을 물려받았고, 당시 지도교수였던 이정균 교수를 통해 뇌 연구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병, 인간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 치매라고 생각했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신경생물학연구소에서 치매연구 기초를 위한 신경생화학을 파고들었다. 실험기기를 누구보다 먼저 맡기위해 새벽이면 승용차를 몰고 연구실로 달려갔다. 열정을 품고 1985년 귀국해 서울대 의대에서 진료를 시작했지만 한달 동안 치매 환자가 한 명도 없을 때가 많았다. 1991년 ‘치매연구클리닉’이란 문패를 내걸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 회장은 치매가 치료해야할 병이라는 것을 알리는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치매협회를 세워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간호·복지·법률·건축·영양 전문가, 교수들을 만나 치매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1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94년 12월 1일 서울대병원 강당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마침 3주전에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외신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치매는 사회적 물살을 탔고, 요즘 우 회장을 찾는 치매 환자는 한달에 150여명 가량 된다.

그는 얼마전 8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자신도 중풍이 들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일이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치매 간병에 너무 힘드셨나 봅니다. 할아버지가 ‘(마누라를)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며 엉엉 우셨어요….” 그럴 때면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를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함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버 씰(silver seal)’ 이야기도 꺼냈다. 결핵퇴치를 위한 크리스마스 씰처럼 실버 씰을 만들겠다는 희망을 이루기위해, 우 회장은 요즘도 시간만 나면 강연에 나서고 간호협회와 함께 청와대와 여야 정당 정책위원장들을 찾아다니고 있다.(www.silverweb.or.kr)

( 孫檉美기자 jms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