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시련의 터널이 온몸을 송두리째 메어 들어갔습니다. 2003년 10월 20일 경이었습니다. 집사람과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 몸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발견한 집사람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여보, 왜 그래요?” 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들 놀라 나에게 시선을 집중했습니다.“왜 그래요?”“ 당신이 이상해요. ”“뭐가?”“ 지금 쓰러지잖아요! 왼쪽으로... 당신의 손이 이상해요!” 나는 내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몸을 똑바로 앉으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집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황급하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보니 서울대 응급실이었습니다. 쓰러지면서 바로 서둘러서 병원에 왔기에 다행이었습니다. 만약에 밤에 잠자리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병명은 뇌출혈, 뇌혈관이 터져서 피가 뇌로 흘러 내렸는데 많은 양이 아니어서 약물 치료하면 되겠다고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몸은 내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정신은 살았으나 몸은 죽은 몸이었습니다. 눕히고, 일으키고,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집사람과 식구들의 도움 없이는 하나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까요. 모든 것이 걱정이라기보다 암울했습니다. 가계며 일들이 태산인데, 병수발에다 온 식구가 지치고 지쳐 창백해진 모습을 차마 볼 수 없고 죄인이 따로 없었습니다. 어떻게 말로 다하겠습니까? 내가 할 일은 그저 하나님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 드리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기도 할할 때 몸은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소변과 대변도 남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꼼짝도 못하는 형편인데 마음의 불편함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담대히 해쳐 나갈 힘이 솟아 올랐습니다.
하루 속히 완쾌되어 퇴원하는 길이 내 할 일이요 길인것이다 .’그것만이 집사람과 식구들에게보답하는 길이었습니다. ‘위암 수술할 때와 같이 내가 처했던 환경이 막막할지라도 나는 결코 실망치 않고 처해있는 이 환경을 즐기리라. 하나님께 맡기고 즐기리라 어떠한 고통과 죽음이 온다 해도 환경을 극복하면서 즐기리라. 밝은 얼굴로 모든 분들을 위로하리라. 식구들을 모두 자기 생활 가운데로 돌려 보내고 나 혼자 견뎌보리라. ’결단하고 나니 두렵지 않았습니다.? 꿈꾸던 것처럼 저는 저의 발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주신 이대영님께 지면으로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